"바이브코딩 외주"를 검색하면 요즘 눈에 띄는 광고들이 있습니다. 7일 완성, 100만원 시작. 기존 외주 개발이 몇 달에 수천만원이었던 걸 생각하면 파격적인 가격이고, 바이브코딩 덕분에 실제로 가능한 속도이기도 합니다. 끌리는 게 당연합니다. 근데 결제 버튼을 누르기 직전에 한 가지가 걸립니다. "이 가격에 이 속도면, 진짜 쓸 만한 게 나올까?" 이 의심이 드는 게 정상입니다. 다만 솔직히 말하면, 가격이 문제가 아닙니다.
싼 게 문제가 아니라, 뭘 만들지 모르는 채로 맡기는 게 문제입니다
외주 개발에서 돈이 날아가는 패턴은 거의 똑같습니다. 아이디어를 크게 잡고, 기능 목록을 잔뜩 적어서 넘기고, 나온 결과물을 보고 "이게 아닌데"를 반복합니다. 수정 요청이 3번, 5번, 10번 쌓이고, 일정이 밀리고, 추가 비용이 붙고, 결국 처음 견적의 두세 배를 쓰고도 런칭을 못 합니다. 이건 100만원짜리 외주에서도, 3,000만원짜리 외주에서도 똑같이 벌어집니다. 금액이 아니라 "뭘 만들어야 하는지"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맡겼기 때문입니다. 업체 탓을 하기 전에 이걸 먼저 봐야 합니다. 내가 넘긴 기획서에 "이 앱의 핵심 기능은 이것이고, 이걸 쓸 사람은 이런 사람이고, 이 사람이 이 기능을 원한다는 걸 이렇게 확인했다"가 적혀 있었는지. 솔직히, 대체로 안 적혀 있습니다. "이런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 수준의 목록만 보고 그냥 넘겨버리고 맙니다. 그러니까 업체도 그 목록대로 만들 수밖에 없는 거예요.
왼쪽은 기능 목록만 넘긴 외주, 오른쪽은 핵심을 정리한 뒤 맡긴 외주
외주 업체는 "만들어달라는 것"을 만들어줍니다, 그 이상은 안 합니다
이건 업체가 나쁜 게 아닙니다. 외주 업체는 "클라이언트가 요청한 것을 기한 내에 만들어서 납품하는 것"이 역할이에요. 그 이상을 해줄 의무가 없습니다. 요청이 명확하면 명확한 결과물이 나오고, 요청이 뭉뚱그려져 있으면 뭉뚱그려진 결과물이 나옵니다. 예를 들어 "이런 느낌으로 만들어주세요"라고 넘기면 업체는 그 느낌을 나름대로 해석해서 만듭니다. 나온 결과물을 보고 "이건 좀 다른데요"라고 하면 수정합니다. 이 핑퐁이 반복되는 겁니다. 바이브코딩이라서 빠르게 핑퐁하는 거지, 핑퐁 자체가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핑퐁을 줄이는 방법은 하나입니다. 맡기기 전에 내가 정리하는 겁니다.
맡기기 전에 이 세 가지를 먼저 적어보세요
종이든 노션이든 상관없습니다. 이 세 가지만 한 줄씩 적을 수 있으면 됩니다.
이 앱을 쓸 사람이 누구인지. "20대 직장인"은 답이 아닙니다. "점심시간에 운동 루틴을 기록하고 싶은데 기존 앱이 너무 복잡해서 안 쓰는 사람"이 답입니다. 이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으면 아직 고객을 만나지 않은 겁니다.
이 사람이 가장 먼저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뭔지. 기능이 아니라 문제입니다. "운동 기록 기능"이 아니라 "3분 안에 오늘 운동을 기록하고 싶다"가 문제입니다. 이 문제를 직접 들어본 적이 있어야 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기능이 딱 하나라면 뭔지. 하나입니다. 두 개도 안 됩니다. 이 하나를 만들어달라고 외주를 주는 겁니다. 나머지 기능은 이 하나가 검증된 다음에 붙여도 늦지 않습니다.
이 세 줄이 적히면 외주 업체에 넘길 때 핑퐁이 확 줄어듭니다. 업체 입장에서도 "아, 이걸 만들면 되는구나"가 명확하니까 속도도 빨라지고 결과물도 정확해집니다.
정리가 되면 100만원이든 1,000만원이든 헛돈이 아닙니다
이게 적혀 있느냐 없느냐가 결과물을 갈라놓습니다. 정리가 안 된 채로 3,000만원을 써도 "이게 아닌데"가 나오고, 정리가 된 채로 100만원을 써도 바로 쓸 수 있는 MVP가 나옵니다. 가격이 싸서 문제가 아니라, 정리 없이 맡겨서 문제였던 겁니다. 맡기기 전에 노트북을 열지 말고, 종이를 펴세요. 그리고 세 줄을 적어보세요. 누구를 위한 건지, 그 사람의 문제가 뭔지, 그 문제를 푸는 기능 하나가 뭔지. 이 세 줄이 안 적히면 아직 외주를 맡길 타이밍이 아닙니다. 그 사람을 먼저 만나러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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