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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했는데 매출이 0원이에요

요즘 커뮤니티에서 이런 글을 자주 봐요. "불과 200명이 다운받았는데 결제는 빵원이에요." Cursor로 2주 만에 앱 만들어서 스토어에 올렸는데 불과 200명이 다운받았고 결제는 빵원이래요. 비용은 거의 안 들어서 다행이었지만 막상 출시해놓고 아무도 안 사니까 허탈하다고요.

트위터만 열면 "바이브코딩으로 월 1,000만 원 벌었다"는 글이 보이잖아요. 인디해커가 혼자 만든 SaaS로 연 1억 ARR 찍었다는 기사도 돌아다니고요. 그래서 나도 하면 되겠다 싶었는데 막상 해보니까 완전히 다른 세계라서 당황스러운 거죠.

근데요. 솔직히 말하면 이건 예측 가능한 결과예요. 바이브코딩이 해결해 준 건 "만드는 것"이거든요. 코딩을 몰라도 앱을 뚝딱 만들 수 있게 된 거죠. 문제는 "만든 걸로 돈을 버는 것"은 바이브코딩이 해결해 주는 영역이 아니라는 거예요. 만드는 허들이 사라지니까 만드는 사람은 폭발적으로 늘었는데 돈을 버는 사람은요? 여전히 손에 꼽아요.

왜 그런지 구조적으로 뜯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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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사람"과 "돈 내는 사람"은 다릅니다

첫 번째 원인부터 볼게요. 무료면 쓰겠다는 사람 백 명이 유료 고객 한 명이 아니거든요. "사람들이 쓴다"랑 "사람들이 돈을 낸다"는 완전히 다른 얘기예요.

무료 앱을 만들면 사람들이 일단 깔아보긴 해요. 호기심으로 한 번 열어보는 거죠. 근데 "이걸로 돈을 내시겠어요?"라고 물어보면요. 분위기가 싹 달라져요. 공짜니까 써본 거지 돈 낼 만큼 절실했던 건 아니거든요.

이 간극을 모르고 시작하면 이런 일이 벌어져요. 무료 버전을 열심히 만들어서 유저가 조금씩 모이기 시작하니까 "오 이 정도면 유료로 전환해도 되겠다" 싶어서 결제 기능을 붙였더니 아무도 안 사는 거예요. 진짜 단 한 명도요. 그때 느끼는 허탈함이 장난이 아니에요.

왜 이렇게 되냐면요. 처음부터 "누가 이 문제 해결에 돈을 쓸 의향이 있는가"를 확인 안 했기 때문이에요. 무료 사용자 100명 모으는 것보다 "이거 돈 내고라도 쓰겠다"는 사람 딱 1명 찾는 게 훨씬 중요해요. 진짜로요. 그 1명이 있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 만들어도 전혀 늦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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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 모델은 만든 다음에 붙이는 게 아닙니다

두 번째 원인은요. 순서의 문제예요. 첫 번째랑도 연결되는 건데요. 많은 분이 "일단 좋은 제품을 만들자. 사람들이 모이면 그때 수익화하면 되지"라고 생각해요. 근데 그 '나중'은 안 와요.

이게 통하는 경우가 있긴 해요.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처럼 수억 명이 쓰는 플랫폼이라면요. 근데 솔직히 말해서요. 바이브코딩으로 혼자 만든 앱에 수억 명이 몰릴 리가 없잖아요.

현실은 이래요. 제품을 먼저 만들었는데 사람이 안 모여서 일단 광고를 붙여봤더니 트래픽이 없으니까 광고 수익이 하루에 고작 100원이에요. 그래서 구독 모델을 달아봤더니 무료에서 유료로 넘어올 이유를 못 느끼니까 전환율이 0%예요. 이쯤 되면 진짜 막막해지거든요.

그리고 진짜 문제는요. 이 시점에서 제품이 이미 완성되어 있다는 거예요. 수익 모델에 맞춰서 기능을 다시 설계하려면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하는데 그 생각만 해도 아찔하잖아요. "나중에"를 기다리다가 "처음으로" 돌아가는 거죠.

수익 모델은 제품 설계의 일부예요. 나중에 붙이는 액세서리가 아니에요. "이 기능은 무료로 풀고 저 기능에서 돈을 받겠다"는 결정 하나가 화면 구조부터 바꾸고 사용자 흐름도 달라지게 하고 개발 우선순위까지 뒤집어요. 그래서 코드 한 줄 쓰기 전에 정해야 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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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브코딩으로 만들 수 있으면 남도 만들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고칠 수 있는 얘기예요. 세 번째 원인은 좀 냉정한 얘기인데요. "똑같은 툴로 똑같은 걸 만드는데 왜 내 것만 써야 하죠?" 이 질문에 답이 없으면 수익화는 어려워요. 바이브코딩의 가장 큰 장점이 동시에 가장 큰 약점이거든요.

Cursor를 열고 "할 일 관리 앱 만들어줘"라고 하면 30분이면 뚝딱 나와요. 근데 이걸 나만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전 세계에서 수만 명이 똑같은 도구로 비슷한 걸 만들고 있어요. 실제로 Product Hunt에 올라오는 AI 기반 투두 앱이 한 달에 무려 수십 개예요. 수십 개나 쏟아지는데 내 앱이 눈에 띌 리가 없죠.

기술 자체가 해자가 되던 시대는 끝났어요. 예전에는 "이걸 만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경쟁력이었거든요. 근데 지금은 누구나 만들 수 있어요. 그러면 해자는 어디서 와야 할까요.

고객과의 관계에서 나와요. 예를 들면 "세금 관련해서는 이 사람한테 물어봐야 해"라는 신뢰 같은 거예요. 데이터에서 나오기도 하는데 사용자가 3년치 가계부를 이 앱에 쌓아놨으면 다른 앱으로 옮기기가 너무 귀찮아서 그냥 계속 쓰게 되거든요. 브랜드에서 나올 때도 있어요. "노션 대체 앱" 하면 딱 떠오르는 이름이 있잖아요. 그런 게 해자예요.

이건 전부 코드 밖의 일이에요. 바이브코딩이 아무리 발전해도 대신 만들어 주지 않는 것들이죠. 수익이 나는 서비스와 안 나는 서비스의 차이는요. 기능의 차이가 아니라 바로 이 해자의 차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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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이 되는 구조는 코드 밖에 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해자 얘기까지 하니까 막막해 보일 수 있는데요. 의외로 간단해요. 만들기 전에 딱 세 가지만 먼저 정하면 되거든요.

누가 돈을 내는가

사용자 vs 결제자 구분

왜 돈을 내는가

절실함 vs 편리함

남이 못 따라하는 이유

해자: 관계, 데이터, 브랜드

코드 치기 전에 딱 세 가지만 정해보는 거예요.

먼저 결제자가 누군지 그려봐야 해요. 그냥 "사용자"가 아니라 진짜 돈을 낼 사람이요. 가계부 앱을 예로 들어볼게요. "돈 관리하고 싶은 사람"은 너무 막연해요. 그보다 "다음 달 카드값 폭탄 맞기 전에 뭐라도 해야 하는 30대 직장인"이라고 그려야 해요. 이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 지갑을 열지가 보이거든요. B2B라면요. 마케팅팀 막내가 팀장한테 결재 올릴 때 부담 없는 가격인가까지 생각해야 해요. 이게 안 정해지면 무료 유저만 잔뜩 모이는 구조가 되는 거예요.

그다음은 왜 돈을 내는지예요. "편해서요"는 이유가 안 돼요. 편한 무료 앱은 이미 넘쳐나거든요. 돈을 내는 건 절실할 때예요. "이거 안 쓰면 세금 신고 잘못해서 가산세 맞는다"처럼요. 아니면 "이거 쓰면 한 달에 미팅 잡는 시간 10시간을 아낀다"처럼 확실히 돌아오는 게 있을 때요. 그 정도 절실함이나 이득이 있어야 지갑이 열려요.

마지막은 남이 왜 못 따라하느냐예요. 기능은 답이 아니에요. 일주일이면 똑같이 복제되거든요. 그러니까 처음부터 해자를 어떻게 쌓을 건지 생각해야 해요. 커뮤니티를 붙여서 유저끼리 연결되게 할 건지. 데이터가 쌓여서 떠나기 어렵게 만들 건지. 아니면 특정 분야 전문가로 나를 브랜딩할 건지. 이 중 하나는 있어야 버틸 수 있어요.

이 세 가지가 정해지면요. 신기하게도 뭘 만들어야 하는지가 따라와요. 결제자가 명확하니까 그 사람한테 필요한 것만 만들면 되고요. 왜 돈을 내는지 알면 무료랑 유료 경계가 저절로 그어져요. 해자가 있으면 시간이 갈수록 경쟁자랑 격차가 벌어지고요.

구조가 먼저예요. 코드는 그다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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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브코딩의 진짜 무기는 '빠른 검증'입니다

여기까지 읽으면 "그럼 바이브코딩이 소용없다는 거냐"고 생각할 수 있어요. 아니에요. 용도를 바꿔야 해요. 완성품을 싸게 만드는 도구가 아니라 가설을 싸게 검증하는 도구로요.

이 서비스에 돈 낼 사람이 있을까?

랜딩페이지 하루 만에 만들어서 사전예약 받아보면 돼요. 10명이 이메일 남기면 가능성이 있는 거고 아무도 안 남기면 접으면 되는 거예요.

이 수익 모델이 될까?

MVP 2주 만에 만들어서 결제를 받아보면 돼요. 1명이라도 결제하면 된 거고 빵원이면 다시 설계하면 되는 거예요.

예전에는 이거 하려면 외주비 수백만 원에 수개월이 걸렸어요. 지금은 며칠이면 돼요. 실패해도 잃는 게 며칠치 시간뿐이에요.

"월 1,000만 원 번다"는 사람들 보면요. 바이브코딩을 잘해서가 아니에요. 구조 먼저 잡고 빠르게 검증한 거예요. 순서가 다른 거죠.

바이브코딩의 진짜 무기는 '빠른 검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