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를 서비스로 바꾸기 전에 확인해야 할 세 가지
AI로 앱을 만들 수 있다는데, 막상 시작이 안 되는 이유
바이브코딩, 커서, 클로드 코드. 요즘은 코딩을 몰라도 앱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가 매일 올라옵니다. 유튜브에서는 30분 만에 앱을 만드는 영상이 돌고, SNS에서는 비개발자가 직접 만든 서비스 후기가 쏟아집니다.
그런데 막상 열어보면 손이 멈춥니다. 도구는 있는데 뭘 만들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거죠.
아이디어가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머릿속에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는데, 그게 정말 서비스가 될 수 있는 건지 확신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도구만 바꿔가며 이것저것 시도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완성하지 못한 채 시간이 지나가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문제는 도구가 아닙니다. AI가 아무리 빨리 만들어줘도,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정하지 않으면 속도는 의미가 없습니다.
만들 수 있는 것과 만들어야 하는 것은 다릅니다
AI 도구가 발전하면서 생긴 착각이 하나 있습니다. 만들 수 있으니까 만들면 된다는 생각이요.
그런데 만들 수 있다는 것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만들 수 있다는 건 기술의 문제이고, 만들어야 한다는 건 방향의 문제입니다.
실제로 바이브코딩으로 빠르게 앱을 하나 만들어본 분들 사이에서 이런 이야기가 자주 나옵니다.
"만들긴 만들었는데 누가 쓸지 모르겠어요."
"기능은 돌아가는데 이걸로 사업이 되는 건지 감이 안 잡혀요."
속도가 빨라진 만큼, 방향을 먼저 잡는 일이 오히려 더 중요해졌습니다. 예전에는 개발에 몇 달이 걸렸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방향을 다듬을 시간이 있었는데, 지금은 하루 만에 앱이 나오니까 방향 없이 만든 결과물이 그대로 남게 됩니다.
만들기 전에 확인해야 할 세 가지
기술이 아무리 빨라져도 이 세 가지를 건너뛰면, 결국 다시 처음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이 서비스가 누구의 문제를 풀어주는가
"좋은 아이디어"와 "풀어야 할 문제"는 다릅니다. 아이디어는 내가 원하는 것이고, 문제는 누군가가 불편해하는 것입니다.
"이런 앱이 있으면 편하겠다"라고 생각했다면, 한 발 더 나아가서 그 불편함을 지금 겪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떠올려 보세요. 그 사람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아직은 아이디어 단계입니다. 그리고 아이디어 단계에서 개발에 들어가면, 나중에 사용자를 찾는 순서가 뒤집어지면서 시간과 비용이 함께 늘어납니다.
이미 비슷한 게 있는데 왜 새로 만들어야 하는가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는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은 기존 서비스의 특정 부분이 불편하거나, 특정 사용자에게 맞지 않아서 새로운 서비스가 나옵니다.
그래서 "비슷한 게 있는데?"라는 질문을 피하지 마세요. 오히려 그 질문에 답을 해야 합니다. 기존 서비스와 비교했을 때, 내가 만들려는 것은 어떤 사용자에게, 어떤 점에서 다르게 다가가는지를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으면 방향이 잡힌 겁니다. 그걸 설명할 수 없다면 아직 방향이 아니라 희망인 거고요.
이 서비스를 처음 쓰는 사람은 어떤 흐름으로 움직이는가
사용자가 처음 앱을 열었을 때 무엇을 보고, 무엇을 하고, 어디서 가치를 느끼는지를 떠올려 보세요. 이 흐름이 그려지지 않으면, 기능을 아무리 많이 넣어도 사용자가 서비스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이건 화면 설계서를 만들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머릿속으로 한 사람이 처음 들어와서 "아, 이게 이런 서비스구나"라고 느끼는 순간까지의 경로를 그려보라는 겁니다. 그 경로가 선명할수록 이후 설계도, 개발도, 테스트도 빠르게 갈 수 있습니다.
AI 시대에 더 중요해진 건 기획서가 아니라 질문입니다
바이브코딩이나 AI 도구를 쓰더라도, 결국 이 세 가지 질문에 답을 내린 사람이 서비스를 완성합니다. 도구가 해주는 건 코드를 만들어주는 것이지, 방향을 잡아주는 건 아니니까요.
그리고 이 질문들은 혼자서 답하기가 꽤 어렵습니다. 머릿속에 있는 아이디어를 밖으로 꺼내서 "이게 진짜 되는 건지" 확인하려면, 질문을 던져줄 상대가 있어야 합니다.
흐름소프트가 14년 동안 530건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바로 이겁니다. "뭘 만드실 건가요?"가 아니라 "왜 이걸 만드시려는 건가요?"부터 묻습니다. 그 대화가 끝나면 의뢰인이 직접 세 가지 질문의 답을 정리할 수 있게 되고, 그 이후에는 설계든 개발이든 방향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AI가 만드는 속도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집니다. 그런데 그 속도를 제대로 쓰려면, 어디로 갈 건지를 먼저 정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