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지원사업 사업계획서 — 서류 합격하고 발표장까지 간 실제 과정
2주 동안 사업계획서를 같이 만들고, 서류 합격하고, 발표장까지 같이 갔습니다.
전화가 울렸습니다.
"사업계획서를 같이 써줄 수 있느냐"는 이야기였습니다. 대표님의 사업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 분야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AI로 정제해서, 사용자에게 맞춤으로 전달하는 서비스. 구체적인 내용은 여기서 다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전국 단위의 데이터를 다루고 있었고 정확도도 올려놓은 상태였습니다.
서비스는 돌아가고 있었는데, 사업계획서가 없었습니다.
창업중심대학 지원사업에 넣으려면 사업계획서가 필요했습니다. 양식을 열어봤더니 첫 칸부터 막힌다고 했습니다. "문제인식 — 배경 및 필요성." 머릿속에는 다 있는데, 심사위원이 납득할 언어로 바꾸는 게 안 된다고요.
저는 이 사업의 기술을 만들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시장분석 데이터를 같이 모았고, AI 시스템을 같이 설계했습니다. 남의 사업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2주를 잡았습니다.
첫 주는 숫자를 만드는 데 썼습니다.
광주광역시를 기준으로 실측했습니다. 공급 기관 400개, 게시판 2,500개가 제각각 흩어져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매일 100건의 정책이 생산되는데, 구청 블로그에 올라가는 건 6건뿐이었습니다. 광산구 인구가 40만 명인데, 구청 홈페이지 조회수가 100 이하였습니다. 주민들은 한 달에 115,000번을 검색하고 있었고, 그 검색 결과의 60%가 광고였습니다. 보험사가 "출산 지원금"이라는 키워드 하나에 클릭당 30,529원을 쓰고 있었습니다.
생산된 정보의 100%에서 시작해서, 주민이 실제로 활용하는 건 23%뿐이었습니다.
77%가 허공으로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생산 100% → 활용 23%. 77%가 주민에게 도달하지 않음.
흩어진 정보를 한곳에 모은 화면 (상세 내용은 블러 처리했습니다)
복잡한 정보를 읽기 쉬운 형태로 재구성 (상세 내용은 블러 처리했습니다)
실측 데이터를 모아 만든 현황판 (상세 내용은 블러 처리했습니다)
이 숫자들이 화면에 뜨자, 대표님 표정이 달라졌습니다. 노트북 화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한마디 했습니다.
"이거면 쓸 수 있겠는데."
둘째 주는 양식을 채우는 데 썼습니다.
"문제인식"에는 실측 데이터를 넣었습니다. "실현가능성"에는 이미 돌아가고 있는 서비스를 근거로 넣었습니다. 앞의 두 칸이 잡히니까 "성장전략"과 "팀 구성"은 자연스럽게 흘러갔습니다.
AI가 초안을 잡아주면, 대표님과 제가 번갈아 고쳤습니다. AI가 혼자서 완성해주는 일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구조를 세워주면, 맥락은 사람이 채워야 했습니다. 심사위원이 "왜?"라고 물었을 때 답이 되는 문장은 AI에게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 문장은 데이터를 직접 만진 사람의 머릿속에서 나왔습니다.
2주가 끝나갈 무렵, 사업계획서가 완성됐습니다.
제출 버튼을 눌렀습니다. 둘 다 한참 동안 아무 말도 못 했습니다.
"수고했습니다."
그 한마디가 전부였습니다.
매일 메일함을 열었습니다.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한 주가 지나고, 또 한 주가 지났습니다. 기다리는 동안에는 다른 일을 하고 있었지만, 하루에 한두 번은 메일함을 새로고침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메일이 왔습니다.
전남대학교 창업중심대학 서류심사 통과 안내
서류 심사를 통과했습니다.
대표님이 바로 전화했습니다. "됐어요, 됐어요." 같은 말을 두 번 반복했습니다.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습니다.
기쁨은 짧았습니다. 메일 아래쪽에 발표 평가 일정이 적혀 있었습니다. 4월 16일, 장소는 광주이노비즈센터였습니다. 그 아래에 한 줄이 더 있었습니다.
"팀원 1명 동석 가능. 질의응답 가능."
이 한 줄이 눈에 꽂혔습니다. 발표에서 기술 질문이 나오면 대표님 혼자 답하기 어렵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시장분석 데이터를 직접 만진 사람, AI 시스템을 설계한 사람, 초기 고객 유입 전략을 짠 사람 —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제뿐이었습니다.
"제가 같이 가겠습니다."
당연한 판단이었습니다.
발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예상 질문을 하나씩 뽑았습니다. "시장 규모가 어떻게 되나요?" "경쟁사는요?" "수익 모델은?" "기술적 차별점은?" 질문마다 답을 만들고, 답마다 근거를 붙였습니다.
머릿속에 넣어둔 숫자들이 있었습니다. 공급 기관 400개, 게시판 2,500개, 정보 미도달률 77%, 월 검색량 115,000건, 클릭당 비용 30,529원, 그리고 기관이 쓰는 홍보예산이 연간 10억 원이었습니다. 어떤 질문이 와도 3초 안에 꺼낼 수 있어야 했습니다.
준비는 했습니다.
그런데 심사위원이 뭘 물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4월 16일 오후. 광주이노비즈센터에 도착했습니다.
유리문에 붙은 안내문을 보는 순간, 실감이 났습니다.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대기장소에 다른 팀들이 앉아 있었습니다.
대부분 대표 혼자 와 있었습니다.
둘러봤습니다. 대부분 대표 혼자 와 있었습니다. 발표 자료를 넘기는 손이 빠른 사람도 있었고, 창밖을 멍하니 보고 있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둘이 같이 온 팀은 우리뿐이었습니다.
복도에 서서 기다리는 시간이 제일 길었습니다. 대표님은 발표 자료를 한 번 더 넘기고 있었고, 저는 눈을 감고 숫자를 되뇌고 있었습니다.
우리 차례가 왔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심사위원 세 분이 앞에 앉아 계셨습니다. 대표님과 나란히 자리에 앉았습니다. 심장이 빨라지는 게 느껴졌습니다.
발표가 시작됐고, 끝났습니다. 질의응답 시간이 왔습니다.
첫 질문부터 예상 밖이었습니다.
"주민들에게 혜택을 준다고 하셨는데, 특별히 어떤 주민인가요?"
대표님이 답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핵심을 짚지 못하고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려 했습니다. 심사위원이 가만히 있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습니다.
식은땀이 났습니다. 이대로 넘어가면 안 됩니다.
"제가 보충 설명드려도 될까요."
지방정부가 시행하는 정책을 두루 받을 수 있는 주민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창업, 취업, 지역 경제, 문화 여가, 체육 시설, 복지, 자치행정, 재난 안전. 이 8개 영역 전체를 맞춤으로 받을 수 있는 구조라고요. 특정 취약계층만이 아니라, 지역에 사는 주민이면 누구나 해당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젊은 여성 심사위원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하지만 처음 질문한 심사위원은 표정이 바뀌지 않았습니다. 잠깐의 정적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다음 질문이 왔습니다.
"B2C 모델인 것 같은데, 돈은 어떻게 버나요?"
사용자는 무료로 쓴다고 답했습니다. 대신 서비스를 통해 쌓이는 데이터를 분석해서, 그 데이터가 필요한 곳에 제공하는 구조라고요. 구체적인 수익 모델은 여기서 다 공개하기 어렵지만, 핵심은 무료 서비스가 만들어내는 데이터에 가치를 매기는 것이었습니다.
"정부를 상대로 돈을 번다고요?"
차근차근 설명했습니다. 기존에는 ●●●를 보내기만 하고, 도달 여부를 측정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 서비스를 통하면 그게 처음으로 측정됩니다. 그 데이터에 가치를 매기는 거라고요.
"아, 그런 거군요." 심사위원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몸에서 힘이 빠지려는 순간, 다음 질문이 날아왔습니다.
"운영 중이라고 하셨는데, 데이터는 얼마나 확보했나요?"
솔직하게 말씀드렸습니다. 모바일 웹으로 먼저 런칭했지만 바로 반응을 이끌어내기 어려웠다고요. 그래서 웹 버전을 만들어 검색과 블로그 유입으로 배포했고, 웹에서 모바일로 넘어가는 전환율 데이터를 확보했다고 답했습니다.
심사위원의 눈이 좁아졌습니다. 한 발 더 들어올 거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AI가 틀린 정보를 주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합니까?"
손끝이 차가워졌습니다. 기술의 깊이를 테스트하기 시작한 겁니다.
데이터를 미리 정제해서 AI가 정확한 범위 안에서만 답하도록 설계했다고 답했습니다.
"어떤 모델을 씁니까?"
답했습니다.
"여러 모델을 조합하는 건가요?"
답했습니다.
"정확도는요?"
"85% 이상입니다."
심사위원이 끄덕였습니다.
기술 질문이 세 번 연속으로 깊어졌습니다. 사업계획서에 적힌 기술이 진짜인지 확인하려는 거였습니다. 2주 동안 같이 만든 사람이 아니었으면, 이 속도로 따라갈 수 없는 질문들이었습니다.
그리고 핵심 질문이 왔습니다.
"이미 정부24나 복지로 같은 서비스가 있는데, 왜 또 필요합니까?"
기존 서비스가 다루지 않는 영역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우리가 다루는 건 그 빈 영역입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기 어렵지만, 핵심은 "기존에 없던 것"을 데이터로 증명했다는 겁니다.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분명한 차별화가 되는 분위기였습니다.
"기존 서비스와 뭐가 다르냐"에
한 문장으로 답할 수 있으면,
그 사업은 이미 절반은 된 겁니다.
마지막 질문이 왔습니다.
"이미 운영 중인데 왜 또 개발비가 필요한 건가요?"
데이터를 많이 다루기 때문에 서버 비용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핵심 데이터를 외부에 전부 맡길 수 없으니, 내부 개발 역량을 갖춰야 합니다.
"그 금액이면 오히려 부족한 거 아닌가요?"
오히려 부족하지 않냐고 물은 겁니다. 사업의 규모를 인정한 질문이었습니다.
질의응답이 끝나가고 있었습니다. 기술 이야기가 계속 오갔고, 심사위원들의 표정도 처음과는 달라져 있었습니다. 그때 대표님이 갑자기 말했습니다.
"그러면 여기서 보여드릴까요?"
심사위원들이 웃었습니다.
"규정상 안 됩니다."
웃음 섞인 목소리였습니다. 방 안의 공기가 부드러워졌습니다.
그렇게 발표가 끝났습니다.
3호실 문을 나왔습니다.
복도를 걸었습니다. 아까 기다릴 때는 그렇게 길던 복도가, 나올 때는 짧았습니다.
대표님이 말했습니다.
"순발력 있게 답변해줘서, 막히는 부분이 없었어요."
당연한 겁니다. 어제 처음 본 사업계획서가 아니었습니다. 2주 동안 같이 고민하고, 같이 데이터를 모으고, 같이 양식을 채우고, 같이 고치고, 같이 제출 버튼을 누른 사업이었습니다. 심사위원이 뭘 물어도 바로 답할 수 있었던 건, 그래서입니다.
밖으로 나왔습니다. 4월의 햇살이 따뜻했습니다.
사업 파트너는 코드를 짜주는 사람이 아닙니다.
같이 고민하고, 같이 만들고, 같이 가는 사람입니다.
코드만 짜주는 외주였다면, "보여드릴까요?"라고 말할 자신이 없었을 겁니다.
사업계획서 앞에서 멈춰 있다면, 혼자 쓰려고 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