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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 하나 만들어 보고 싶은데, 뭐부터 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2026. 4. 15.

새벽 1시, 침대에 누워서 메모장을 열었습니다.

"반려동물 산책 매칭 앱" — 한 줄 적고 나니까 가슴이 뛰었습니다. 이거 되겠다 싶었습니다. 산책 시간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연결해주면, 우리 동네에서만 수십 명은 쓰지 않을까.

그런데 메모장 두 번째 줄부터 손이 멈췄습니다.

개발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앱으로 가야 하는지 웹으로 가야 하는지도 몰랐습니다. 돈이 얼마나 드는지, 사업자등록을 먼저 해야 하는지, 정부 지원금은 어디서 신청하는 건지, 바이브코딩이란 걸로 직접 만들 수 있다는데 그게 진짜 되는 건지 —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10분 뒤에는 메모장 대신 유튜브를 보고 있었습니다. "하루 만에 앱 만들었습니다"라는 썸네일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그날도 아무것도 안 하고 잠들었습니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똑같았습니다. 아이디어는 여전히 좋은 것 같은데, 첫 걸음을 어디로 내디뎌야 하는지 모르겠으니까 결국 아무 데도 못 가는 거였습니다.

저희도 그랬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빠져나오는 데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순서를 알고 나니까요.

멈춘 건 능력이 아니라, 순서를 몰랐기 때문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때 저희를 멈추게 한 건 능력이 아니라 순서였습니다.

IT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머릿속에 모든 게 동시에 쏟아집니다. 기획, 디자인, 개발, 서버, 앱스토어 등록, 마케팅, 사업자등록, 정부 지원금… 이게 한꺼번에 밀려오니까 뇌가 과부하에 걸리는 거였습니다. 할 일이 너무 많은 게 아니라, 뭘 먼저 해야 하는지 모르니까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는 상태가 됐던 겁니다.

그런데 실제로 해보니, 한꺼번에 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순서가 있었고, 각 단계에서 해야 할 건 딱 한두 가지뿐이었습니다. 나머지는 그때 가서 해도 충분했습니다.

IT 창업 5단계 — 아이디어 검증, 사업자등록, 정부 지원금, MVP 개발, 실패 대비

개발보다 먼저, 이 아이디어가 진짜인지 확인해야 했습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뭔가를 만들고 싶어집니다. 화면이라도 하나 띄워놓으면 진행되는 느낌이 드니까요. 저도 처음에 그 충동을 따를 뻔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무서운 건 개발비가 아니었습니다. 수백만 원, 수천만 원을 들여서 만들었는데 아무도 안 쓰는 것. 그게 진짜 무서운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순서를 바꿨습니다. 만들기 전에, 이 아이디어가 정말 다른 사람에게도 필요한 건지 먼저 확인하기로 했습니다.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했습니다. 네이버 카페, 커뮤니티, 레딧에서 제가 풀려는 문제를 검색해봤습니다. "반려동물 산책"을 검색했을 때 글이 수백 개 올라오는 걸 보고, 손이 떨렸던 기억이 납니다. "이거 나만 느끼는 게 아니었구나." 관련 불만 글이 올라오고 있으면 좋은 신호였습니다. 아무도 불편해하지 않고 있다면, 아이디어를 수정해야 한다는 뜻이었고요.

주변 사람 10명에게도 물어봤습니다. "이런 앱이 있으면 돈 내고 쓸 의향 있어?" 여기서 중요한 건, 가족한테 물으면 안 된다는 겁니다. 진심으로 "굳이?"라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듣기 싫은 답일수록 지금 듣는 게 낫습니다. 개발비 2천만 원을 쓴 뒤에 듣는 것보다는요.

여유가 된다면 랜딩페이지 하나를 만들어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런 서비스가 나오면 알림 받겠습니다" 버튼을 하나 달아놓고, 사전 등록자가 모이는지 지켜보는 겁니다. 노코드 도구로 하루면 만들 수 있고, 비용은 0원입니다.

이 과정 전체에 든 돈은 0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을 건너뛰면, 나중에 "아무도 안 쓰는 앱"에 수천만 원이 묶이게 됩니다. 저희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어서, 이 단계를 가장 먼저 말씀드리는 겁니다.

사업자등록은 생각보다 쉬웠습니다, 다만 타이밍이 있었습니다

아이디어 검증이 끝나면, 다음은 사업자등록입니다.

이 단어가 주는 무게감을 압니다. "사업자"라는 글자 세 개만 봐도, 세금, 의무, 4대 보험, 폐업 신고 같은 단어들이 줄줄이 따라오니까요. 저도 처음에는 검색창에 "사업자등록 하면 불이익"부터 쳤습니다.

실제로 해보니, 홈택스에서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1~2일이면 끝나는 일이었습니다. 업종은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정보통신업"을 선택하면 됐고, 나중에 바꿀 수도 있으니 첫 선택이 영원을 결정하지는 않았습니다. 비용도 0원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나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을 게 있습니다. 사업자등록 시점을 정부 지원사업 일정과 맞추는 것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지원사업이 "사업자등록 전 예비 창업자" 또는 "등록 후 3년 이내"를 대상으로 합니다. 이 타이밍을 모르면, 자격이 되는데도 놓치는 돈이 생깁니다. 저희는 이걸 나중에야 알았고, 실제로 한 건을 놓쳤습니다. 아까운 경험이었습니다.

갚지 않아도 되는 돈이 있었습니다

여기가 많은 분들이 모르고 지나치는 부분입니다.

정부에서 IT 창업자에게 주는 돈이 있습니다. 대출이 아니라, 갚지 않아도 되는 보조금입니다. 처음 들으면 "설마" 싶은데, 진짜 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운영하는 예비창업패키지는, 사업 아이디어만 있는 예비 창업자에게 최대 1억 원까지 사업화 자금을 줍니다. 이 돈으로 개발비, 디자인비, 서버 비용을 쓸 수 있습니다.

처음 이걸 알았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갚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믿기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받아본 뒤에야 "이걸 왜 더 일찍 안 알았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기창업패키지는 사업자등록 후 3년 이내인 기업 대상으로 마찬가지 최대 1억 원이고, 팁스(TIPS)는 기술력까지 인정받으면 R&D 자금 최대 8억 원까지 지원합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쉽게 받을 수 있는 돈은 아닙니다. 예비창업패키지 경쟁률은 보통 5:1에서 10:1 사이입니다.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떨어져도 잃는 건 사업계획서를 쓰며 보낸 시간뿐이고, 그 사업계획서 자체가 투자 유치나 다음 지원사업에 그대로 쓰입니다. 한 번 만들어두면 자산이 됩니다.

이 모든 정보는 K-Startup(k-startup.go.kr) 한 곳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이트가 처음에는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지원사업 찾기" 메뉴에서 "예비창업"을 체크하고 검색하면 바로 나옵니다. 이 사이트 하나만 즐겨찾기 해두면 정부 창업 지원은 거의 다 커버됩니다.

완벽한 서비스 대신, 핵심 하나만 먼저 세상에 내놓는 겁니다

여기서 많은 분들이 같은 곳에서 멈춥니다. 처음부터 기능을 다 넣으려는 거요.

회원가입, 결제, 채팅, 알림, 관리자 페이지, 통계 대시보드… 머릿속에 떠오르는 기능을 전부 리스트에 적다 보면, 견적이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견적서를 받아들고 숫자를 봤을 때, 위에서부터 천천히 내려가다가 합계란에서 멈췄습니다. 5,200만 원. 한참을 들여다봤습니다.

그리고 6개월 뒤에 드디어 출시했는데, 앱스토어에 올라간 그 앱을 다운로드하는 사람이 하루에 두세 명인 걸 보게 됩니다. 그때의 감정은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그래서 방법을 바꿨습니다. 핵심 기능 딱 하나만 넣고 먼저 내놓기로 한 겁니다. 이걸 MVP, 최소 기능 제품이라고 부릅니다. 사용자가 진짜 쓰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되는 걸 확인한 다음에 하나씩 붙이는 방식입니다.

실제 비용은 이랬습니다. 바이브코딩이나 노코드로 직접 만들면 도구 비용 월 2~5만 원이면 프로토타입까지 갈 수 있었습니다. 개발 파트너에게 MVP를 맡기면, 핵심 기능에 집중할 경우 1,000만~2,000만 원 선이었습니다.

IT 창업 비용 비교 — 프로토타입 50만원, MVP 1500만원, 풀 서비스 5000만원+

1,000만 원도 큰돈입니다. 그건 압니다. 하지만 5,000만 원짜리 실패와 1,000만 원짜리 실패는, 그다음 날 아침에 일어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입니다.

적은 돈으로 시작하고, 되는 걸 확인한 다음에 키우는 것. 이게 저희가 배운 가장 비싼 교훈이었습니다.

실패해도 일어설 수 있는 구조를 먼저 짜두는 겁니다

솔직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IT 창업은 실패 확률이 높습니다. 앱을 출시해도 다운로드가 한 자릿수인 경우가 흔합니다. 저희도 첫 서비스에서 그걸 경험했습니다.

이걸 숨기고 싶지 않습니다. 미리 알고 시작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런데 저희가 그 실패에서 배운 건, 실패를 피하는 법이 아니었습니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구조를 먼저 짜두는 것이었습니다.

직장을 바로 그만두지 않았습니다. IT 서비스는 저녁과 주말에도 만들 수 있었습니다. 퇴사는 매출이 생기고 방향이 보이기 시작한 뒤에 했습니다. 개인 대출로 시작하지도 않았습니다. 정부 지원금은 갚지 않아도 되니 최대한 활용하되, 개인 돈은 잃어도 생활에 지장 없는 범위에서만 썼습니다. 그리고 손절 기준을 미리 정해뒀습니다. "6개월 했는데 사용자가 100명도 안 되면 방향을 바꾼다." 이 기준이 없으면, 감정에 휩쓸려서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하면서 돈을 계속 쏟아붓게 됩니다.

이렇게 해두면 설령 실패하더라도, 잃는 건 몇백만 원과 몇 달의 시간뿐입니다. 그리고 그 몇 달 동안 익힌 것들 — 고객 인터뷰하는 법, 사업계획서 쓰는 법, 개발 프로세스를 관리하는 법 — 은 다음 도전에서 고스란히 쓰이게 됩니다. 이건 위로가 아니라, 저희가 직접 경험한 사실입니다.

혼자서 다 알아낼 필요는 없습니다

여기까지 읽어도 "그래도 나는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느끼실 수 있습니다. 그게 정상입니다. 글 하나로 모든 게 정리되면, 창업 컨설팅이라는 직업은 세상에 없었을 겁니다.

각 지역 창조경제혁신센터에 가면 무료로 1:1 창업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IT 분야 전문 컨설턴트가 아이디어를 같이 들여다봐 주고, 어떤 지원사업에 지원할 수 있는지도 알려줍니다. K-Startup에서 예비 창업자 교육도 무료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업계획서 쓰는 법, 시장 분석하는 법, MVP 설계하는 법까지 배울 수 있습니다.

이런 곳을 이용하는 데 드는 비용은 0원입니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이니까, 안 쓰면 오히려 손해입니다.

마지막으로

새벽 1시, 메모장에 한 줄 적고 가슴이 뛰었던 그 순간을 기억하실 겁니다.

그 설렘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다음에 뭘 해야 하는지 몰랐을 뿐이었습니다.

이제는 아실 겁니다. 오늘 밤, 메모장 대신 커뮤니티 검색창을 열어보세요. 내가 풀려는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이 진짜 있는지, 30분만 들여다보는 겁니다.

거기서부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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