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과의 첫 만남

사장님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셨을 때, 표정이 어두웠습니다. 작업복 차림이었습니다. 현장에서 바로 오신 거였습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한마디를 하셨습니다.

"기술은 자신 있는데, 전화가 안 울려요."

그 한마디에 많은 것이 담겨 있었습니다.

비가 새는 곳이면 어디든 가셨던 분이었습니다. 옥상, 지하, 외벽. 시공하고 나면 그 건물은 10년을 버텼고, 하자 보수 요청은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기술이 없는 게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너무 잘해서 문제였습니다. 한 번 맡기면 다시 부를 일이 없으니까, 재구매가 일어나지 않는 업종이었던 겁니다.

그래서 일은 늘 소개로 왔습니다. 아는 건축사무소에서 전화가 오고, 전에 시공한 건물주가 다른 건물주를 연결해주고, 그렇게 돌고 돌아서 버텨오신 세월이 25년이었습니다. 그런데 소개가 끊기는 달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비수기라서가 아니라, 소개해줄 사람이 그달따라 바빠서 잊어버리는 거라고. 그 달에는 전화가 안 울린다고 했습니다.

기술이 있어도 전화가 안 울리면, 일이 없는 업체입니다.

그 말을 듣는 동안, 저는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혹시 블로그는 하고 계십니까?"

"네. 직접 쓰고 있어요."

그래서 바로 보여달라고 했습니다. 시공 사진이 올라와 있었고, 방수 종류를 설명하는 글도 몇 편 있었습니다. 전부 사장님이 직접 쓰신 것이었는데, 읽어보면 현장을 아는 사람의 글이라는 게 바로 느껴졌습니다.

글은 괜찮았습니다. 문제는 글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면 뭐가 문제였을까. 한 가지 확인하면 답이 나올 것 같았습니다.

"사장님, 제가 지금 검색을 한번 해보겠습니다."

노트북을 열고 구글에 "방수업체"를 쳤습니다.

1페이지. 없었습니다.

2페이지. 없었습니다.

3페이지, 4페이지를 넘겼습니다.

5페이지에 가서야 이름이 보였습니다. 46위.

구글 검색 결과 46위

네이버도 확인했습니다. 광고가 먼저 나오고, 블로그 글이 나오고, 지도에 등록된 업체가 나왔는데 이 업체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화면을 돌려서 보여드렸습니다. 사장님이 한참 동안 들여다보시더니 한마디를 하셨습니다.

"…25년을 했는데, 여기에는 없네요."

기술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게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하나가 더 걸렸습니다.

사장님은 아무것도 안 하고 계셨던 게 아니었습니다. 블로그를 직접 쓰고 계셨습니다. 시간을 들여서 글을 쓰고, 사진을 찍어서 올리고 계셨습니다. 그런데도 검색에 안 나왔습니다.

블로그 글을 다시 한 편씩 살펴보면서, 이 업종의 고객이 검색창에 뭘 치는지를 역추적하기 시작했습니다. 방수라는 업종은 고객이 문제를 자각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다른 업종과 검색 경로가 다릅니다.

이걸 사장님에게 직접 보여드리기로 했습니다.

"사장님, 사람들이 '방수업체'를 바로 검색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지 않나요?"

"아닙니다. 거기까지 오는 데 다섯 단계가 있습니다."

노트북 화면에 깔때기 그림을 하나 띄웠습니다.

"처음에는 '천장에서 물이 새요'를 검색합니다. 그다음에 '누수 원인'을 찾고, 그다음에 '방수 종류'를 비교하고, 그다음에 '비용'을 확인하고, 마지막에야 '방수업체'를 찾습니다."

검색 행동 깔때기

사장님이 그림을 들여다보셨습니다.

"그러니까… 맨 아래까지 와야 우리를 찾는다는 거지?"

"그렇습니다. 그런데 사장님 블로그는 이 깔때기 어디에도 안 들어가 있습니다."

사장님이 조용히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면 지금까지 쓴 건 다 헛거였어?"

헛거는 아니었습니다. 다만 꽂을 자리를 모르고 던진 거였습니다.

그 자리를 찾기 위해, 사람들이 실제로 검색하는 단어를 전부 뽑기 시작했습니다.

구글 서치콘솔에서 실제 유입 데이터를 뽑고, 네이버 키워드 도구에서 월간 검색량을 확인하고, 자동완성과 연관 검색어를 하나씩 수집했습니다. 경쟁 업체들이 어떤 키워드로 상위에 올라가 있는지도 전부 분석했습니다. 일주일이 걸렸습니다. 결과는 204개였습니다.

204개 키워드 분류표

목록을 출력해서 테이블 위에 펼쳤습니다. 사장님이 한참 동안 들여다보시다가 물었습니다.

"이거 다 사람들이 진짜 검색하는 거야?"

204개의 질문이 있었는데, 이 업체는 그중 단 하나에도 답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46위를 봤을 때는 "몰랐네" 하는 표정이셨는데, 204개를 보고 나서는 달랐습니다. 오래 들여다보시더니 고개를 한 번 끄덕이셨습니다.

한참 동안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물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종이 한 장을 꺼내서 세 단어를 적었습니다.

브랜딩. 유입. 전환.

브랜딩. 유입. 전환.

"먼저 홈페이지를 만듭니다. 블로그가 아니라, 이 업체라는 브랜드가 검색에서 보이는 집을 짓는 겁니다. 그다음에 204개 키워드에 하나씩 답하는 콘텐츠를 만들어서 사람들을 끌어옵니다. 마지막으로, 들어온 사람이 글을 읽고 자연스럽게 문의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설계합니다."

사장님이 종이를 들여다보셨습니다.

"…방수 시공이랑 비슷하네. 바탕 잡고, 방수층 깔고, 마감하는 거잖아."

정확한 비유였습니다.

그날 이후 2주 동안, 그 종이 위의 세 단어를 하나씩 현실로 만들어갔습니다.

완성된 구조를 사장님에게 보여드린 날, 사장님이 한참 동안 화면을 들여다보셨습니다.

"…이제 시작인 거죠?"

"네. 이제 시작입니다."

아직 아무도 이 홈페이지를 모릅니다. 검색에도 안 나옵니다. 방문자도 없습니다. 하지만 25년 동안 현장에서 쌓아온 기술이, 이제 검색에서도 보일 준비를 마쳤습니다.

사장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방수도 그래요. 바탕이 마르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안 보여요."

맞습니다. 바탕이 마르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방수도, 마케팅도.

25년 동안 기술은 충분했습니다. 부족했던 건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을 보이게 만드는 구조였습니다. 블로그를 열심히 썼지만 검색 깔때기 안에 들어가 있지 않았고, 204개의 질문에 단 하나도 답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기술이 있는데 안 되는 이유는 대부분 여기에 있습니다.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보이지 않아서.

지금 검색창에 본인 업체 이름을 한번 쳐보세요. 그게 지금 내 위치입니다.
나란히 화면을 보는 두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