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한 시였다. 노트북 앞에 앉아서 "사업계획서 작성법"을 검색했는데, 탭이 스물세 개가 열려 있었고 어디서부터 써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제출 기한은 사흘 뒤였다.
사업계획서가 탈락하는 이유는 대부분 비슷하다. 시장 규모만 크게 잡아놓고, 이 사업이 어떤 사람의 어떤 불편을 해결하는지가 빠져 있다. 심사위원은 6조 원짜리 시장이 궁금한 게 아니라, 그 시장 안에서 고객이 실제로 뭘 힘들어하는지를 알고 싶어한다. 한 줄로 말하지 못하면, 열 페이지를 써도 설득이 안 된다.
구조는 PSST가 가장 단단하다. 문제, 해결, 성장, 팀. Problem, Solution, Scale‑up, Team. 이 네 칸을 채우는 순서로 쓰면, 읽는 사람이 질문할 게 없어진다. 문제가 뭔지 알았으니까 해법이 궁금해지고, 해법을 봤으니까 커질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지고, 그걸 할 수 있는 사람인지 마지막에 본다. 이 흐름이 끊기면, 심사위원은 뒤를 읽지 않는다.
네 칸을 이 순서로 채우면, 심사위원이 끝까지 읽는다

Problem을 쓸 때는 "반려동물 간식 시장이 크다"고 쓰면 탈락한다. 대신 이렇게 쓴다. 반려견 보호자가 간식 하나를 고르는 데 평균 23분이 걸리는데, 성분표를 읽어도 자기 강아지에게 맞는지 확신이 없어서 결국 전에 사던 걸 또 산다. 숫자가 있고, 감정이 있고, 행동이 있다. 그래야 심사위원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이 23분을 2분으로 줄이는 방법을 만들었다.
Solution을 쓸 때 "AI 기반 맞춤형 추천"이라고만 적으면 아무도 믿지 않는다. 견종, 나이, 알러지, 구매 이력 네 가지를 조합해서 세 개 간식을 추천하면 선택 시간이 23분에서 2분으로 줄었고, 베타 유저 200명 중 68퍼센트가 재구매했다고 쓴다. 구체적인 작동 방식과 결과가 한 문장 안에 들어가야 한다.
Scale‑up은 숫자만 나열하면 숨이 막힌다.
처음 반년은 반려동물 인스타 계정 50곳과 손잡고 유저 2천 명을 모으는 데 집중한다. 사람들이 모이면 동물병원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는데, 7개월째부터 300곳과 제휴하면 재구매율이 1.8배로 뛴다. 1년이 지나면 간식에서 사료로 넓히고, 한 사람이 한 달에 쓰는 돈이 3만 원에서 5만 원이 된다.
각 단계에 왜 이 채널이고, 왜 이 숫자인지 한 줄씩 근거를 붙이면 설득력이 생긴다.
각 단계에 채널과 숫자의 근거가 있어야 한다

Team을 쓸 때는 이력서를 나열하지 말고,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이유를 연결한다. 대표는 5년간 MD로 일하면서 간식 SKU를 200개에서 1,200개로 늘렸고, CTO는 쿠팡에서 3년 동안 추천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이 두 사람이 만나면 간식 선택 문제를 기술로 풀 수 있다는 그림이 그려진다.
다 쓰고 나면, 이 글을 한 번도 안 본 사람에게 보여준다. 다섯 분 안에 네 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 어떤 문제를 푸는지, 어떻게 푸는지, 커질 수 있는지, 이 팀이 할 수 있는지. 하나라도 "모르겠다"가 나오면 그 부분을 다시 쓴다.
밤새 스물세 개 탭을 열었던 건, 결국 한 장짜리 믿음을 만들고 싶어서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