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한 달에 19억 원어치를 썼습니다
Meta 직원 85,000명이 한 달 동안 60조 개의 토큰을 썼습니다.
누군가가 사내 인트라넷에 리더보드를 만들었더군요. 이름은 Claudeonomics. 상위 250명의 토큰 사용량이 실시간으로 올라갔고, 1위는 30일간 2,810억 개를 소비했습니다. 가장 저렴한 모델 기준으로 환산해도 140만 달러, 한화 약 19억 원어치였습니다.
토큰이 대체 뭐길래, 한 사람이 한 달에 19억 원어치를 쓸 수 있었을까요.
토큰은 AI가 읽고 쓰는 단위입니다
우리가 글자를 세듯, AI는 토큰을 셉니다. 질문 한 번에 수백 토큰, 코드 파일 하나에 수천 토큰이 소비됩니다. AI에게 일을 시킬수록 토큰이 늘어나고, AI가 결과를 만들수록 토큰이 생산됩니다. 토큰을 많이 쓴다는 것은, AI를 많이 부린다는 뜻입니다.
연봉의 절반을 토큰에 태우라는 시대
이 단순한 공식이 지금 산업 전체를 흔들고 있습니다.
올해 3월, 젠슨 황은 GTC 기조연설에서 "모든 엔지니어에게 연간 토큰 예산을 지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며칠 뒤 팟캐스트에 나와서는 더 직접적이더군요. "연봉 50만 달러짜리 엔지니어가 25만 달러어치 토큰을 안 쓰면, 나는 심각하게 우려할 것이다." 연봉의 절반을 토큰에 태우라는 뜻이었습니다.
Meta CTO 앤드루 보즈워스는 한 발 더 나갔습니다. "우리 최고 엔지니어는 자기 연봉만큼 토큰을 쓰고 있는데, 생산성은 5배에서 10배." 그러면서 한마디를 덧붙였습니다. "쉬운 돈이다. 계속 써라. 한도는 없다."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중국의 하루 토큰 사용량은 2024년 초 약 1,000억 개에서, 2026년 3월 140조 개로 뛰었습니다. 2년 만에 1,000배. 한국일보는 이 흐름을 "토크노믹스 — 토큰이 곧 돈이고 능력"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습니다.
견적서의 계산법이 바뀌고 있습니다
이것이 외주 개발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외주 견적은 단순했습니다. 몇 명이 몇 개월 투입되느냐. 인건비 곱하기 기간이 곧 가격이었습니다. 그런데 토큰 경제에서는 계산법 자체가 달라집니다.
같은 기능을 만드는데, 한 팀은 두 달이 걸리고 다른 팀은 삼 주면 끝냅니다. 인원이 다른 게 아닙니다. AI를 얼마나, 어떻게 쓰느냐가 다릅니다. 코드를 한 줄씩 짜는 팀과, AI 에이전트에게 설계부터 테스트까지 맡기는 팀 사이에는 속도와 품질 모두에서 격차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질문이 바뀌면 파트너도 바뀝니다
그래서 개발 파트너를 고를 때 물어봐야 할 질문이 바뀝니다.
"몇 명 투입하나요?"보다 "AI를 어떻게 쓰고 있나요?"가 먼저입니다. "포트폴리오 보여주세요"보다 "AI 에이전트로 어떤 작업을 맡기고 있나요?"가 더 많은 것을 알려줍니다.
다만, 주의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토큰을 많이 쓴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닙니다.
Meta의 리더보드에서도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일부 직원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AI 에이전트를 몇 시간씩 돌려놓고 순위만 올렸습니다. 벤처 투자사 Khosla Ventures의 Jon Chu는 "봇을 루프에 돌려서 토큰만 태우는 사람들이 있다"고 지적했고, Cursor의 엔지니어는 토큰 사용량을 BMI에 비유했습니다. "유용하고 빠른 대리 지표이지만, 약간 결함이 있다." 그 리더보드는 외부 유출 이틀 만에 폐쇄되었습니다.
중요한 건 토큰 소비량 자체가 아닙니다. 그 토큰이 어떤 결과물로 전환되었느냐입니다.
그 대답이 1년 전과 같다면
다음에 개발 파트너를 만날 일이 있다면, 그 팀이 어떻게 일하는지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AI를 어디에 쓰는지, 어떤 에이전트가 돌아가고 있는지, 그 토큰이 어떤 결과로 돌아오고 있는지.
그 대답이 1년 전과 같다면, 그건 신호입니다.